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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사인펜으로 이름 썼다가 공책 한 장을 찢은 날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붉은색으로 쓰면 불길하다고 여긴 현대 생활 금기다.

초기 자료 · 마지막 검토 2026-08-04

새로 산 빨간 사인펜은 다른 색보다 선명했다. 아이는 공책 귀퉁이에 친구 이름을 크게 써서 건넸다. 웃을 줄 알았던 친구는 글자를 보자마자 표정이 굳었고, 옆자리 아이까지 ‘산 사람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면 안 된다’며 펜을 빼앗았다.

누군가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옛날 왕이 반역자의 이름을 붉게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출처를 아는 아이는 없었지만, 이름이 적힌 종이를 그대로 두면 정말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이름을 쓴 아이는 장난이었다고 말하며 글자 위에 검은색을 덧칠했다. 그래도 빨간 획이 비쳐 보이자 결국 공책 한 장을 찢어 잘게 접어 버렸다. 친구는 자기 이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말을 걸었다.

이 금기는 학교에서 특히 빠르게 퍼졌다. 채점과 경고에 쓰는 빨간 펜은 틀림과 벌을 알리는 색이었고, 이름은 그 사람 자체처럼 여겨졌다. 강한 색으로 이름을 둘러싸는 일이 단순한 낙서보다 공격적인 행동으로 느껴졌다.

붉은색의 뜻은 한 가지가 아니다. 잡귀를 막고 생명과 경사를 나타내는 색이기도 하며, 도장이나 인주처럼 공식적인 표시에 널리 쓰인다. 사망자 명부나 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명도 여러 갈래라 어느 하나를 확정된 기원으로 말하기 어렵다.

어떤 무리는 성까지 쓰면 안 되지만 별명은 괜찮다고 했고, 어떤 무리는 빨간색으로 테두리만 그어도 꺼렸다. 이름을 지우거나 종이를 찢고, 쓴 사람이 세 번 사과해야 풀린다는 장난스러운 해결법도 생겼다.

빨간색으로 이름을 썼다고 사람에게 해가 생긴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상대가 불길하게 여기는 표기를 일부러 하는 것은 실제로 관계를 상하게 할 수 있다. 이 괴담에서 현실적으로 남는 것은 색의 주술이 아니라 이름을 함부로 다루지 말라는 또래 사이의 감각이다.

붉은색은 벽사와 생명력을 뜻하기도 하지만 사망자 기록, 교정, 경고와 연결되는 상반된 상징도 지닌다. 학교 문구 문화 속에서 또래 금기로 강하게 전승됐다.

왕의 이름 표기나 사망자 명부에서 유래했다는 여러 설명이 있으나 하나의 기원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초자연적 사건과 유래 설명은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지 않고, 아래 자료에서 확인되는 전승 내용과 구연본의 차이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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