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 구호
최근에 등록한 글부터 보여줘요.
장기판 없어도 땅에 긋던 우물고누
종이도 판도 없으면 흙바닥에 네모와 대각선을 그었다. 검은 돌과 흰 돌 대신 한쪽은 자갈, 다른 쪽은 깨진 기왓조각을 놓고 상대 말을 구석에 몰아넣었다.
운동회 날 하늘이 콩주머니로 까매지던 판
청군과 백군이 작은 콩주머니를 한꺼번에 던지면 대나무 장대 위 박이 우박 맞듯 흔들렸다. 박이 갈라져 색종이가 쏟아지는 순간보다, 덜 터진 박을 향해 마지막 주머니를 주워 던지는 순간이 더 시끄러웠다.
담벼락 밑 동전 한 닢을 노리던 돈치기
벽에서 몇 걸음 떨어진 선에 서서 동전을 던졌다. 벽에 가장 가깝게 붙인 아이가 다른 동전까지 손에 쥐고 공중에 던진 뒤, 앞면과 뒷면을 맞혀 가져갔다는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팔로 만든 문이 노래 끝에 닫히던 문놀이
키 큰 두 아이가 팔을 들어 문을 만들면 나머지는 허리를 숙여 줄줄이 통과했다. 노래가 끝나는 음절에 팔이 내려오고, 딱 걸린 아이는 어느 편으로 갈지 귓속말로 골랐다.
우리 편 한 명을 슬쩍 데려오던 꽃찾기놀이
두 줄이 마주 서서 꽃 이름을 묻고 답했다. 상대가 부른 이름이 우리 편 아이의 별명과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 아이를 데려갈지 지켜낼지를 두고 줄 전체가 갑자기 팽팽해졌다.
담벼락 하나가 성이 되던 진놀이
전봇대와 학교 담 모서리를 각각 진으로 정하면 평범한 골목이 두 나라가 됐다. 상대를 잡으러 너무 멀리 나갔다가 빈 진을 손바닥으로 먼저 찍히면, 잘 싸우고도 나라를 통째로 빼앗긴 셈이 됐다.
연탄 조각을 망으로 쓰던 망차기
분필이 없으면 막대기로 흙바닥에 칸을 그렸고, 납작한 돌이 없으면 깨진 연탄 조각을 주워 망으로 썼다. 한 발로 망을 밀다가 선에 걸치면 구경하던 아이들이 먼저 ‘죽었다’고 소리쳤다.
참봉에서 판서까지 밤새 벼슬하던 승경도놀이
종이판 위에서는 방금 전까지 말단 벼슬이던 아이가 주사위 한 번에 높은 관직으로 뛰었다. 하지만 벌을 받는 칸에 걸리면 유배를 가거나 파직되어, 구경하던 어른들이 실제 인사 이야기처럼 혀를 찼다.
완성글에도 댓글은 계속 남길 수 있고, 목록에서 완성글만 따로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