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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복은 내 덕’이라 했다가 쫓겨난 감은장아기

자기 운명의 주체를 스스로에게 돌린 딸이 추방과 역전을 거쳐 전상신이 되는 제주 신화다.

초기 자료 · 마지막 검토 2026-08-04

옛날 거지 부부가 세 딸을 데리고 살았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막내딸 감은장아기가 태어난 뒤로 집안 형편이 조금씩 나아졌다. 먹을 것이 생기고 재물이 모이자 부부는 가난했던 때를 잊고, 자신들이 누구 덕에 이렇게 잘살게 되었는지 딸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첫째와 둘째는 아버지와 어머니 덕에 먹고산다고 답했다. 부모가 듣고 싶어 한 말이었다. 그러나 감은장아기는 부모의 덕도 있지만 자기 몸과 타고난 운명의 덕으로 산다고 대답했다. 제주 구연에서는 그 힘을 ‘배꼽 아래 선그믓’ 같은 말로 표현한다. 부모는 막내의 말을 불효로 받아들였다.

화가 난 부모는 감은장아기를 집에서 쫓아냈다. 두 언니에게 동생을 멀리 데려가 버리라고 했지만, 감은장아기는 언니들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오히려 그들을 벌주었다고도 전한다. 그는 가진 것 없이 길을 떠났지만 자기 복을 집에 두고 나오지는 않았다.

감은장아기가 대문을 나선 뒤 부모의 재산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집은 기울고 두 사람은 눈까지 멀어 다시 거지가 되었다. 그제야 부부는 막내가 잘된 집에 얹혀산 것이 아니라, 막내가 지닌 복 덕분에 집안이 일어섰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쫓아낸 딸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감은장아기는 길을 가다 마를 캐며 사는 가난한 집에 들었다. 그 집의 삼형제 가운데 마음씨 착한 막내가 그를 따뜻하게 맞았다. 감은장아기는 막내와 혼인했고, 함께 마를 캐던 밭에서 금과 은이 든 덩이를 발견했다. 부부는 갑자기 얻은 재물을 함부로 쓰지 않고 집과 살림을 일으켰다.

살 만해진 감은장아기는 눈먼 거지들을 위한 큰 잔치를 열었다. 여러 날 밥을 나누면 언젠가 부모도 소문을 듣고 올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잔치 마지막 무렵, 남루한 눈먼 부부가 서로의 손을 붙잡고 들어왔다. 감은장아기는 그들을 알아보았지만 곧바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지나온 사연을 물었다.

부모가 막내딸을 내쫓은 뒤 모든 것을 잃었다고 고백하자 감은장아기는 마침내 자신이 그 딸임을 밝혔다. 놀라고 부끄러워하던 부모는 딸을 끌어안았고, 감은장아기의 손길이나 눈물로 다시 눈을 떴다고 한다. 가족의 재회는 부모가 딸의 말을 뒤늦게 이해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감은장아기는 사람에게 닥치는 가난과 부, 좋은 운과 궂은 운을 맡는 삼공신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부모의 은혜를 부정하라는 말이 아니다. 누구의 복도 다른 사람이 완전히 소유할 수 없으며, 딸 역시 자기 삶의 주체라는 선언이 끝내 신의 내력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삼공본풀이는 가난과 부, 행운과 불운을 맡는 신의 내력을 설명한다. 부모의 질문과 딸들의 대답은 누구의 덕으로 사는가라는 운명관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금기어를 현대적으로 단순화하면 원래의 성·생명·운명 상징을 놓칠 수 있어 구연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

초자연적 사건과 유래 설명은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지 않고, 아래 자료에서 확인되는 전승 내용과 구연본의 차이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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