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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과 변소와 대문 신이 한 가족 싸움에서 나온 까닭

한 가족의 파괴와 복수, 회복을 통해 집 안 여러 신의 기원을 설명하는 제주 가정신화다.

초기 자료 · 마지막 검토 2026-08-04

남선비와 여산부인은 일곱 아들을 두고 살았다. 살림이 어려워지자 남선비는 곡식을 구하러 먼 땅으로 떠났다. 오래도록 소식이 없자 여산부인은 남편을 찾아 길을 나섰고, 집에는 일곱 형제만 남았다.

먼 고을에 간 남선비는 노일저대귀일의 딸이라는 여인을 만났다. 새 여인은 남선비의 재물을 빼앗고 눈을 멀게 하거나, 그를 홀려 본래 가족을 잊게 만들었다고 전한다. 뒤늦게 남편을 찾은 여산부인은 초라해진 남편을 거두려 했지만 새 여인의 미움을 샀다.

새 여인은 여산부인을 물에 빠뜨려 죽이고 그의 옷을 빼앗아 입었다. 그리고 자신이 친어머니인 것처럼 꾸며 남선비와 함께 일곱 형제가 있는 집으로 들어왔다. 막내아들은 얼굴과 말투가 달라진 어머니를 수상하게 여겼지만, 형들은 긴 이별 뒤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정체가 들킬 것을 두려워한 새 여인은 꾀병을 앓았다. 일곱 아들의 간을 먹어야 낫는다는 점괘가 나왔다고 꾸미고 남선비에게 아이들을 죽이라 했다. 남선비가 칼을 들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막내는 꿈이나 징조를 통해 죽은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형들과 달아날 방법을 마련했다.

형제들은 사냥한 짐승의 간을 대신 가져다주거나, 새어머니가 파 놓은 함정을 거꾸로 이용했다. 마침내 노일저대귀일의 딸은 자기 계략에 걸려 죽었다. 몸의 조각과 오물은 집 밖의 불결하고 위험한 것들로 변했다고도 하고, 그가 측간을 맡는 신이 되었다고도 전한다.

일곱 형제는 물속에서 죽은 어머니의 원혼을 찾아냈다. 서천꽃밭의 꽃으로 어머니를 되살리는 판본도 있다. 가족의 원한이 풀린 뒤 여산부인은 부엌의 불과 음식을 돌보는 조왕신이 되고, 막내아들은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이 되었다.

형제들도 집의 앞문과 뒷문, 울타리와 마당 같은 서로 다른 자리를 맡았다. 한 가족이 흩어져 집 안팎의 신이 되면서 평범한 집은 여러 신이 각자의 경계를 지키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부엌과 대문과 변소에 서로 다른 예법이 생긴 까닭도 이 가족사의 결과로 설명된다.

문전본풀이는 선한 가족과 악한 계모의 단순한 싸움만은 아니다. 먹고살기 위해 집을 떠난 아버지, 집을 지키려다 희생된 어머니, 어른의 잘못을 바로잡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집의 질서로 굳어진 신화다. 그래서 집의 어느 구석도 사연 없는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문전본풀이는 집이라는 공간을 하나로 보지 않고 문전·조왕·측간 등 기능별 신의 관계로 풀어낸다. 가족 갈등이 곧 공간 질서의 유래가 된다.

인물 이름과 각자가 맡게 되는 신직, 악인에 대한 처벌 장면은 구연자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초자연적 사건과 유래 설명은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지 않고, 아래 자료에서 확인되는 전승 내용과 구연본의 차이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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