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 때문에 갈라선 부부가 수많은 마을신의 조상이 된 이야기
부부신의 결합과 결별, 자손의 분거를 통해 제주 여러 마을 당신의 계보를 설명하는 본풀이다.
초기 자료 · 마지막 검토 2026-08-04제주 송당의 신들 이야기는 한 쌍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사냥과 목축의 힘을 지닌 소천국과 농경의 질서를 지닌 백주또가 부부가 되었다. 두 신이 자리를 잡자 자식이 늘고 살림이 커졌으며, 송당은 수많은 마을신이 갈라져 나오는 본향이 되었다.
소천국은 힘이 세고 먹성이 컸다. 어느 날 밭을 갈다 배가 고파지자 제 몫의 소를 잡아먹고도 모자라 남의 소까지 손댔다고 한다. 농사에 꼭 필요한 소를 함부로 먹은 일은 단순한 부부싸움의 구실이 아니라 살림의 근간을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백주또는 소천국의 행동을 꾸짖었다. 농사를 이어 갈 씨앗과 일소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는 한집에서 살 수 없다고 했다. 두 신은 먹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갈라섰다.
백주또는 웃송당에, 소천국은 알송당이나 다른 자리로 옮겨 앉았다고 전한다. 부부가 갈라진 뒤에도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다. 굿의 순서와 제물의 금기, 서로의 당을 오가는 길에 옛 가족관계가 남았다.
두 신에게서 태어난 아들딸은 제주 곳곳으로 흩어졌다. 어느 자식은 산과 들을, 어느 자식은 마을 입구와 바다를 맡았다. 자손들은 다시 혼인하고 갈라져 각 마을의 당신이 되었다. 그래서 한 마을의 신을 거슬러 올라가면 송당의 큰 족보와 만난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당신의 성미에 따라 제물을 달리 차렸다. 돼지고기를 받는 신과 꺼리는 신, 비린 것을 좋아하는 신과 깨끗한 음식을 받는 신이 구분되었다. 식성은 신의 취향이면서 그 신이 어느 계보에서 왔고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를 기억하는 표지가 되었다.
마을끼리 혼인하거나 왕래할 때도 신들의 친족관계가 설명에 사용되었다. 이웃 당의 신이 형제인지 사돈인지에 따라 함께 굿을 하거나 먼저 고하는 순서가 달라졌다. 신의 족보는 곧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리와 관계의 지도였다.
송당본풀이는 부부가 먹는 것 때문에 헤어진 우스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사냥·목축과 농경의 충돌, 귀한 가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생업의 문제가 들어 있다. 갈라선 부부와 흩어진 자손은 제주 마을마다 서로 다른 신이 있으면서도 하나의 큰 계보로 이어지는 까닭을 설명한다.
송당본풀이는 개별 마을의 신을 가족 관계와 이동 경로로 연결한다. 신들의 족보는 마을 간 제의 관계와 정체성을 설명하는 장치다.
부부신의 이름과 결별 원인, 자손 수와 좌정지는 당과 구연 계보에 따라 차이가 크다.
초자연적 사건과 유래 설명은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지 않고, 아래 자료에서 확인되는 전승 내용과 구연본의 차이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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