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 ·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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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골목에서 ‘복조리 사려’ 소리가 먼저 온 설
정초 새벽이면 조리를 가득 멘 장수가 골목에서 복조리를 외쳤다. 어머니는 값을 깎지 않고 하나를 사 대문이나 부엌에 걸었고, 그 조리로 쌀을 이는 일보다 복을 담는 일이 먼저라고 했다.
마당 한가운데 작은 볏가리를 미리 세운 정월
정월 열나흗날 장대에 볏짚과 곡식 이삭을 묶어 마당에 세웠다. 아이 눈에는 허술한 허수아비 같았지만 어른들은 가을의 큰 볏가리를 봄보다 먼저 만들어 두는 것이라고 했다.
바람신이 떠나기 전 해녀들이 바다밭을 맡긴 굿
바람이 거센 영등철이면 해녀와 어부들은 신이 머무는 동안 바다 일을 조심했다. 영등할망이 떠나는 날에는 굿을 벌여 소라와 전복 씨를 고르게 뿌리고 사고 없이 물질하게 해 달라고 빌었다.
윤달에는 저승 문도 한가하다며 수의를 지은 집
달력에 덤처럼 낀 윤달이 오면 할머니는 멀쩡할 때 자기 수의를 장만했다. 평소 죽음을 입에 올리기 싫어하던 가족도 윤달에는 신들이 감시를 쉬어 탈이 없다는 말로 바느질을 시작했다.
이름 불러 대답하게 하고 더위를 팔아넘긴 아침
대보름 아침 친구 이름을 부른 뒤 대답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다. 상대가 무심코 ‘왜?’ 하고 답하면 곧바로 ‘내 더위 사가라’고 외쳤고, 당한 아이는 분해서 다른 친구를 찾아 뛰어갔다.
우물 청소한 날 첫 바가지는 사람이 마시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우물물을 퍼내고 바닥을 청소한 뒤에도 바로 물을 마시지 않았다. 맑은 물이 다시 차오르면 떡과 과일을 놓고 먼저 샘에 한 바가지를 되부은 다음에야 집집마다 새 물을 길었다.
섣달그믐 신발을 숨기고 체를 걸어둔 밤
한 해 마지막 밤이 되면 아이 신발까지 방 안 깊숙이 들였다. 야광귀가 꼭 맞는 신발을 신고 가면 주인이 재수 없다는 말 때문이었고, 문밖에는 구멍 많은 체를 걸어 귀신이 밤새 세다가 날을 새우게 했다.
정월 대보름 새벽 우물에서 용알을 건지던 사람들
대보름 새벽 첫닭이 울기 전, 집집마다 물동이를 들고 우물로 서둘렀다. 용이 우물에 알을 낳는 날이라 첫물을 먼저 길어 오면 그 집 농사가 잘되고 복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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